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정부의 ‘성공불융자’ 제도 도입에 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산업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산업으로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그간 막대한 후기 임상 비용을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신약개발 성공 시 상환하거나 일부만 회수하고 실패 시에도 상환 부담금을 줄여주는 ‘성공불용자’ 제도 도입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업계가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실제 최근 보건복지부는 제약바이오산업을 대상으로 ‘성공불융자’ 제도 도입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블록버스터급 신약 개발을 독려하기 위한 제도로 임상 3상 등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후기 임상 단계에 진입한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대상은 국내 제약 및 바이오 벤처가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 중 미국이나 유럽 규제 기관의 임상 3상 승인을 받거나 진입 가능성이 높은 유망 신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마련 예정인 임상 3상 펀드 규모는 1,500억 원 정도고, 동시에 성공불융자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이유다.
이들에게 성공불융자를 지원해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전부 또는 일부를 상환받고 실패 시에도 융자금의 상당부분을 면제해 주는 제도다. 덕분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중간에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하는 대신 상품화까지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실제 신약은 상업화(제품호)까지 십 수 년이 걸리고 10조 원 이상의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더불어, 상품화에 성공하는 경우는 단지 몇 %에 불과할 정도로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 시에는 사회·경제적 파급력이 상상을 불허하지만 후기 임상에서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국내 제약바이오사에서 임상 3상까지 끌고 간 사례는 손으로 꼽을 정도로 극소수에 불과하다.
내로라하는 국내 대표 기업들이 상품화를 위한 완주 대신 기술이전이나 중도 매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성공불융자 제도가 정례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한 제약기업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초기 기술수출에는 성공하지만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완주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자금 때문”이라며 “성공불융자가 정착되면 기업들이 단기 생존보다 장기 임상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제약계 한 관계자는 “현재 1,500여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인데 소요 비용이 1명당 1억씩 약 1,5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히고 “기술을 수출하는 대신 제품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결코 쉽지 많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바이오텍 관계자는 “현재 국내 투자 구조는 실패 가능성이 높은 혁신신약보다는 비교적 안전한 개량신약이나 플랫폼 사업에 자금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가 위험을 일부 분담해야 민간 투자도 함께 움직이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복지부도 성공불융자 도입 효과로 임상 3상 진입 확대, 후기 임상 파이프라인 증가, 민간 공동투자 유입, 기업 자금조달 부담 완화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 금융정책이 아닌 ‘산업 전략’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대규모 정책금융과 펀드를 기반으로 바이오산업을 육성하는 만큼, 한국 역시 고위험·고수익 구조의 신약개발 산업 특성을 반영한 별도 금융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산업계는 특히 성공불융자가 단발성 시범사업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원 대상 선정, 실패 판정 기준, 상환 구조, 기술가치 평가체계 등을 법·제도적으로 정교화해 지속 가능한정책금융 모델로 안착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나 배터리처럼 국가 전략산업은 장기 금융지원 체계가 존재하는데 신약개발은 여전히 개별 기업이 모든 위험을 떠안는 구조”라며 “성공불융자는 단순 지원책이 아니라 한국형 바이오산업 육성 시스템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