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쟁이 병원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법안이 지난 10일 시행되면서 의료기관 내 쟁의행위와 사용자 책임 범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환자 안전과 의료 공백 문제를 두고 찬반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등 쟁의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하청·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노동계는 이를 “노동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주장하지만, 의료계는 필수의료 영역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 등 병원계 단체들은 법안 적용 시 의료기관이 사실상 쟁의행위에 대한 대응 수단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환자 생명과 직결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병원계 관계자는 “의료기관은 일반 사업장과 달리 24시간 환자를 돌봐야 하는 특수성이 있다”며 “손해배상 책임이 제한되면 불법·과격 쟁의행위에 대한 억제 장치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의료현장에서는 인력 공백이 발생할 경우 대체 인력 확보가 쉽지 않아 진료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반면 노동계는 병원이라고 해서 노동권이 예외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간호사, 의료기사, 비정규직 인력 등 다양한 직군이 혼재된 병원 구조상 원청-하청 간 책임을 명확히 하고 교섭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병원 내 다수 노동자들이 간접고용 구조에 놓여 있음에도 교섭권이 제한돼 왔다”며 “노란봉투법은 정당한 쟁의행위를 보호하고 과도한 손배·가압류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의료 분야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 보완 장치 필요성을 제기한다. 필수의료 유지 의무를 강화하거나 최소 인력 유지 기준을 법적으로 명확히 하는 등 환자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시행 중인 ‘필수유지업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논의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쟁의행위가 가능하더라도 응급·중증 환자 진료는 유지하도록 하는 장치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는 취지다.
결국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병원계 논쟁은 노동권 보장과 환자 안전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 놓여 있다. 입법 과정에서 의료현장의 특수성을 얼마나 정교하게 반영 하느냐에 따라 갈등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